지금까지 살면서 자기소개서를 쓴 일이 몇 번 있다. 대학원 입학할 때, 회사에 입사 원서를 낼 때 등. 그리고 한 회사에 합격하면서 더 이상 자기소개서를 쓸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잘 모르는데, 남에게 나를 알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런데 로스쿨 입시를 치르면서 이 고역을 다시 한 번 치르게 되었다.

로스쿨 가기 전에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는 자기소개서가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데 그리 결정적이지 않았다. 학점, 영어성적 등의 다른 객관적인 평가와 면접으로 합격이 대부분 결정되어있는 상태에서, 참고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로스쿨 입시에서 자기소개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이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로스쿨 지원 전까지의 경력과 지원 동기가 중시되므로, 그를 설명해주는 자기소개서의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로스쿨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압박감을 많이 느꼈던 걸로 기억된다.

자기소개서를 완성해서 제출하기 까지 7~8회 정도 수정을 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초벌로 작성했던 자기 소개서를 찾아보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아 이 자기소개서를 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 눈으로 보니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전략이 결여되어 있다. 성장배경과 성격 항목에서 나름대로 솔직하게 썼으나,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하게 썼던 것이다.

자기소개서 강의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강조됐던 것은 자신만의 강점을 찾고 이를 부각시키라는 것이었다. 또한 자기소개서 전체의 작성 방향을 미리 정하고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작성하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써보려니 쉽지 않았다.

 

류담 선생님의 내 자기소개서 초안에 대한 첫 코멘트는 간단했다. “글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솔직하기만 하지 전략이 없다. 문장력이 아무리 좋아도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 우선 법률가를 지망하게 된 동기부터 분량 제한 없이 다시 작성하라는 게 첫 번째 과제였다.

그런데 말이 쉽지, 자신의 일상 경험들을 토대로 법률가를 지망하게 된 동기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인가. 할 말은 많은데, 쓸 말은 없는 느낌. 이는 겪어보지 않은 이는 모른다.

 

자기소개서 전체의 방향을 정하고 나의 강점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터닝 포인트로 작용했던 것은 류담 원장님과의 심층 면담이었다. 두 차례 정도 나의 자기소개서를 보신 다음 30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는 원장님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어렴풋이 스스로 강약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회사 일에 쫓기면서도 꾸준히 쓰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재작성의 포인트가 계속 도출되고, 한 문장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한 시간 넘게 자료를 뒤적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고 난 뒤의 후련함이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첫째는 전략을 담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이는 법률가를 향해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실제 법률가로서 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으로 스스로에게 진지해 진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점이다. 삶의 편린들 속에서 특정 영역을 향한 동기와 희망의 씨앗을 찾다 보면, 자기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이제 이 글의 목적에 맞게 마무리 할 때다.

자기소개서는 반드시 풍부한 사회 경험과 글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논변과 소통의 류담 원장님을 만난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컨설팅과정에서 스스로 재작성 하도록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방향을 유도하는 과정을 통해 회를 거듭할수록 자기소개서의 면모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또 수험생을 그렇게 취급할 평가위원의 시선에 대해서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또한 개성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개별 아이템 간에 논리적 연관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쓸 말이 없어 고민이었던 내 자기소개서는 나중에는 수백 자 정도의 분량을 한 문장 속에 집어넣거나, 몽땅 삭제하기도 할 정도로 풍부하게 만들어 졌다.

 

이 글이 예비 법조인 여러분의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